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rucing)의 합성어다. 생산과 서비스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켜 생산 단가를 낮추고,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다시 대중에게 보상한다는 의미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식검색이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롱테일(long-tail) 비즈니스란 말 그대로 긴 꼬리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는다는 말이다. 롱테일 법칙은 상위 20%가 80%의 가치를 차지한다는 전통적인 파레토 법칙을 뒤집는 의미로 역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한다. 이를테면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는 잘 안 팔리는 80%의 책들이 잘 팔리는 20%의 책들의 매출을 능가한다.
오픈 소스(open-source)란 다수의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웹을 통해 소스 코드를 공유하고 웹의 진화에 따라 참여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수정과 배포가 자유로운만큼 비영리적인 목적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용 소프트웨어 못지않고 다양한 기능과 빠른 업그레이드가 경쟁력이다.
크라우드소싱과 롱테일비즈니스, 오픈소스의 주목할 만한 사례 40가지를 소개한다.
1. 단돈 25달러로 한 사람의 일생을 바꿀 수 있다.
키바. kiva.org
키바(kiva)는 스와힐리어로 단합, 동의라는 뜻이다. 이 사이트는 온라인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를 제공한다. 쉽게 풀어 말하면 소액 대출 서비스다. 아프리카부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와 남미에 이르기까지 세계 39개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을 벗어날 기회를 준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은행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쉽다. 여러 사람에게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 이를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방글라데시의 구두닦이는 돈을 벌면 절반은 쌀을 사고 절반은 구두통 주인에게 준다. 그에게 필요한 돈은 단 돈 50달러. 그는 50달러가 없어서 창업을 하지 못하고 평생 구두통 주인의 노예가 된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들은 일주일에 10%씩 이자를 받는다. 돈을 빌렸다가는 더 끔찍한 수렁으로 빠져든다. 만약 누군가가 그에게 50달러를 아주 싼 이자로, 이를테면 연 20%의 이자로 빌려준다면 그는 일주일에 1달러씩 갚아나가면서 1년 2개월만 지나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다.
키바의 회원이 되면 온라인에 올라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을 골라 달마다 25달러씩 지원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300달러에서 많게는 5천달러 정도의 돈을 빌려 이 돈으로 창업을 하고 돈을 조금씩 갚아나가게 된다. 회원들은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당신은 캄보디아의 소녀 가장에게 새끼 돼지를 사줄 수도 있고 보츠와나의 신혼부부가 신발 가게를 창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1천달러면 우간다에서는 근사한 식당을 하나 차릴 수도 있다. 그가 돈을 다 갚으면 그에게 돈을 빌려준 회원들은 원금을 돌려받는다. 빌리는 사람이나 빌려주는 사람이나 이자는 없다. 다만 빌려주는 사람은 10%의 운영비를 내야 한다.
키바는 2005년 매트 플래너리와 제시카 플래너리 부부가 만든 사이트다. 13만명의 회원이 모두 12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있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1800명. 원금 상환율은 무려 99.7%에 이른다. 놀랍지 않은가. 세상의 그 어느 상업적인 은행도 이 정도 높은 원금 상환율을 보이는 곳은 없다.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더 잘 갚는다는 이야기다.
2. 1만3천원으로 사막에 나무 한 그루씩 심자.
나무나라 tree-nation.com
나이지리아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다.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넓어지는 사막의 확장을 막기 위해서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데 드는 비용은 아라비아 고무나무처럼 10유로 밖에 안 하는 것부터 75유로나 하는 바오밥 나무까지 다양하다. 바오밥 나무는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높이 20미터, 둘레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직접 지도를 보면서 나무를 심고 싶은 곳을 지정할 수 있다. 나무를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인지 내 이름으로 할 것인지도 지정할 수 있고 메시지를 적어둘 수도 있다. 아라비아 고무나무라면 한 그루에 우리 돈으로 1만3천원, 바오밥 나무라면 9만7천원 정도면 충분하다.
아프리카 사막 한 구석에서 내가 심은 나무가 커다란 숲의 한 부분을 이룬다고 상상해보자.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붙여둘 수도 있고 연인끼리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 삼을 수도 있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흐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찾아가 볼 수도 있다. GPS 좌표가 주어지기 때문에 구글 어스를 통해 위성사진으로 숲이 우거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단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다. 20대 젊은이들이 모여서 만든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사하라 이남 지역에 8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게 이들의 목표다. 우리가 나무를 사면 이들은 직접 나이지리아에 가서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는다. 놀랍지 않은가. 단돈 1만3천원이면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를 저지하는데 의미있는 동참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3. 날고 기는 최고의 펀드매니저들을 모아보자.
마케토크라시. marketocracy.com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주식이 있다. 우리나라도 벌써 2천개가 넘었지만 미국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합치면 5천개가 넘는다. 문제는 누구도 그 모든 업종과 종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아무리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에 집단지성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마케토크라시는 최고의 종목을 찾기 위한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다. 단순히 투자정보를 교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기도 하는데 수익률이 놀랄만한 수준이다. 마케토크라시는 8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펀드를 분석하고 그 가운데 가장 수익률 높은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회원이 되면 100만달러의 가상계좌를 개설하고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다. 회원가입은 무료다. 마케토크라시는 한 달에 한 번 가장 수익률 높은 100개의 펀드를 골라내고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만약 당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100위 안에 들면 당신은 수수료를 받게 된다. 당신을 마케토크라시 뮤추얼 펀드의 펀드매니저로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마케토크라시는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뮤추얼 펀드를 운용한다. 핵심은 어쩌다 운이 좋아서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를 걸러내고 진짜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를 골라내는데 있다. 100개의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내는데 그 구체적인 알고리듬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놀라운 것은 이런 기계적인 알고리듬이 꽤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달마다 바뀌는 100명의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들이지만 이들이 모여서 만든 포트폴리오는 그 어느 프로패셔널 펀드매니저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낸다. 마케토크라시 뮤추얼펀드는 2001년 11월 결성 이래 5년 동안 80%의 수익을 냈다. S&P500지수와 비교해 11.4%의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펀드 규모는 55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1년에 180달러를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면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와 매매내역을 받아볼 수 있다.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사이트의 공동 창업자 캔 켐은 말한다. "우리는 훌륭한 펀드매니저를 고용하고 싶지만 누가 훌륭한 펀드매니저인지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성과가 높은 펀드를 운용하는 회원들을 펀드매니저로 고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성과를 지급한다. 회원들은 우리의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끼고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4. 공무원보다 똑똑한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자.
천만상상 오아시스. seouloasis.net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서울시에서 만든 시민 제안 접수창구다. 1천만 서울 인구의 상상력을 모은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이 사이트는 올해 6월까지 6900건의 시민 제안을 접수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야 하는 오세훈 시장의 발상이다.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히트작은 없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제안이 채택돼 창의상을 받으면 3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단돈 1천원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천원의 행복'이 대표적이다. 초과하는 공연 경비는 시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불우 계층을 초청하기도 한다. 다분히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전시행정보다는 차라리 생산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공연장이 쉬는 월요일을 골라 한 달에 한 번 공연이 진행된다.
이밖에도 수도요금 고지서를 알기 쉽고 산뜻하게 바꾸자는 아이디어도 나왔고 체납 가산금을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교통카드를 활용한 기부 시스템이나 횡단보도 신호등 숫자 표시 등의 아이디어도 모두 이 사이트에서 나왔다. 난지도 하늘공원 하늘다리의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자거나 남산 위에 인공 달을 띄우자는 다소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도 많다.
시민들의 흥미와 참여를 얼마나 끌어내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데 그치기보다는 행정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일깨우는 외부적 충격과 자극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5. 도저히 못 풀겠다. 이 수수께끼 풀면 상금 준다.
이노센티브 innocentive.com
이노센티브는 온라인 연구개발(R&D) 공동체를 표방하는 사이트다. 상업적인 사이트지만 언뜻 커뮤니티 사이트의 성격을 띤다. 기업들이 풀리지 않는 연구 과제를 올리면 회원들이 해법을 제시하고 1만달러에서 최고 10만달러까지 상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기초과학은 물론이고 제약과 생명과학, 농업, 식품, 디자인, 나노테크놀로지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세계 175개국 9만여명의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노센티브는 과학자들을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솔버(solver)'라고 부르고 해답을 찾는 기업을 '시커(seeker)'라고 부른다. 이노센티브는 시커와 솔버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200여개의 과제가 올라와 있는데 이 가운데 58개가 이미 해답을 찾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풀리지 않는 골칫거리 문제들을 이곳에 익명으로 올리고 해답을 찾는다.
이노센티브는 또 솔버들의 네트워크를 활용,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커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솔버를 찾아 비용을 협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솔버들 입장에서도 이노센티브는 단순히 아르바이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도전과 경쟁을 자극하고 성취감도 준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제약회사인 엘리릴리도 익명으로 이노센티브를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일은 시간과 돈의 싸움이다. 최대 15년의 개발기간과 8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만약 이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당연히 비용도 절감된다. 개발기간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을 전문적인 영역에 확장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사이트로 나인시그마(ninesigma.com)이나 유어앙코어(yourencore.com), 애그로사이언스(agroscience.com) 등이 있다. 유어앙코어는 경험이 많은 은퇴 과학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영리 사이트로는 이노베이션 익스체인지 네트워크(ixc.com.au)가 있고 의학 전문 사이트로 유레카 메디컬(eurekamed.com)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옛투닷컴도 비슷한 사이트지만 따로 다루기로 한다.
6. 돈 되는 아이디어? 자본금은 우리가 댄다.
캠브리안 하우스. cambrianhouse.com
캠브리안 하우스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 돈 될 만한 아이디어를 모아 상업화하는 사이트다. 아이디어를 내면 여러 회원들이 이를 평가하고 그 가운데 가장 괜찮은 아이디어를 골라 상금을 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는 직접 상업화한다. 그리고 그 이익을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이 사이트의 회원들이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올리면 다른 회원들이 이를 별점으로 평가한다. 5점 만점에 1점이나 2점을 받으면 점수가 깎이고 3점부터는 점수가 올라간다. 얼마나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무엇보다도 상업화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평가의 핵심이다. 주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100캐나다달러를 받게 된다. 우리 돈으로 9만7천원 정도다.
분기마다 한번씩 12명의 우승자들을 모아 토너먼트 방식으로 챔피언 대회를 연다. 회원들이 두 가지 아이디어를 놓고 점수를 매겨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탈락된다. 챔피언 대회에서 1등을 하면 이 아이디어는 바로 상업화 단계에 들어간다.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개발자들을 붙여 개발에 들어간다. 만약 이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돈을 벌게 되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개발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분을 나눠갖게 된다.
이 사이트 입장에서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짜로 모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사전 검증을 받고 상업화를 해서 이익이 나면 그때 로열티를 주면 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회원들 입장에서도 아이디어를 검증 받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계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비용 부담 없이 상업화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매출의 최대 50%를 로열티로 받을 수 있다.
7. 컴퓨터가 못하는 귀찮은 일, 사람에게 시킨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 www.mturk.com
컴퓨터보다 사람이 훨씬 더 잘하는 일은 여전히 많다. 체스는 컴퓨터가 사람을 이겼지만 바둑은 여전히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 미케니컬 터크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하찮고 귀찮은 일이다. 이를테면 인공위성 사진으로 사람 찾기 같은 것들이다. 수많은 의미없는 작은 점 가운데 사람 비슷한 걸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사람이 훨씬 더 잘하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HIT(Human Intelligence Task)라고도 한다. 우리말로 풀어 설명하자면 인간 지능 업무 정도의 의미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 속에 피자가게가 있느냐" 또는 "사진 속의 동물은 고양이인가 개인가" 같은 질문은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쉽지만 컴퓨터에게는 어려운 작업이다.
미국에서 짐 그레이라는 사람이 바다에서 실종됐을 때의 일이다. 그는 데이터베이스와 컴퓨터 과학의 권위자다. 그의 친구들이 바다의 기류를 측정해 그의 배가 움직였을 것 같은 곳을 예측했고 그 인근 지역의 인공위성 사진을 받아왔다. 면적이 3500평방마일, 조각을 내보니 모두 56만장이나 됐다. 친구들은 이 사진을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에 올려놓고 짐 그레이 찾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면서 뒤집어진 요트와 비슷한 모양의 점이 있는지 확인했고 5일 만에 56만장의 사진을 모두 뒤졌지만 결국 짐 그레이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짐 그레이는 결국 행방불명으로 처리됐다. 올해 1월의 일이다. 이 경우는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집단지성이라기 보다는 협업이라고 하는 게 맞다. 실패하긴 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케니컬 터크란 터키 자동인형이라는 의미다. 자동으로 체스를 두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이 안에서 조종했던 1769년 헝가리의 한 발명가의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는 풀어 말하면 잉여 노동력 마켓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심심풀이 단순노동으로 푼돈을 벌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짐 그레이 찾기는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됐지만 사진 한 장을 확인하는데 10원 정도를 지급할 수도 있다.
애초에 아마존이 미케니컬 터크를 만든 것도 아마존의 제품 페이지 가운데 중복된 것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단순 노동이고 보수도 많지 않았다. 다만 심심풀이로 하고 푼돈을 벌기에는 적당한 일이다. 용돈이 필요한 중학생들이나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는 유용한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 컴퓨터가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사람이 컴퓨터를 돕게 되는 경우도 많다.
미케니컬 터크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어떤 사진에 피자 가게가 찍혀 있는지 안 찍혀 있는지를 컴퓨터가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사람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질문 하나에 100원씩 주면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도록 할 수도 있고 재미있는 글과 재미없는 글을 골라내도록 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이지만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일이다.
커뮤니티 사이트라면 게시판에 오른 글 가운데 광고나 음란소지가 있는 글을 삭제하도록 할 수도 있다. 관리자가 하려면 꽤나 성가시겠지만 한 건 지울 때마다 10원씩 주기로 하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것이다. 비용은 회비에서 갹출하면 된다. 하찮은 일이지만 푼돈이라도 보수를 주는 것과 주지 않는 것은 다르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는 API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소스코드를 가져다가 필요한 곳에 심으면 다양한 미케니컬 터크를 구현할 수 있다. API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줄임말이다. 아마존에 수수료만 내면 누구나 아마존의 서비스를 아마존 바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존은 입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사전 징수한다.
폰켐펠렌(vonkempelen.com)이란 곳에서는 텍스트를 올리면 음성으로 녹음을 해주기도 하고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해주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녹음을 하거나 번역하는 사람들이 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모두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를 통해 들어온 알바라는 사실. 참고로 폰 켐펠렌은 터키 자동인형을 처음 만들었던 헝가리 발명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캐스팅워드(castingwords.com)란 곳에서는 거꾸로 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바꿔준다. 팟캐스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텍스트 파일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말로 한 것을 다시 글로 옮기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역시 이곳도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의 알바들이 텍스트 작업을 하고 이 회사는 거래 당사자들을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만 챙길 뿐이다.
8. 게임인줄 알았지? 노가다였어.
이에스피게임 espgame.org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루이스 본 안 교수가 고안한 게임이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을 빙자한 잡일 떠맡기기라고 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할 이미지에 제목을 붙이는 일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안 교수는 고민 끝에 이를 게임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로 했다. 컴퓨터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아직 3살 어린이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게임은 간단하다. 접속자 2명이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점수를 받게 된다. 이 게임은 의외로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빠져들면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적인 단어를 생각하되,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테면 잔디밭에서 남자가 농구공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보고 한 단어를 생각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안 교수는 이 게임을 활용해 13만장의 그림에 제목을 붙일 수 있었다. 사람들을 불러모아 게임을 하게 하고 공짜로 잡일을 처리하는 미케니컬 터크의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케니컬 터크가 일을 시키는 대가로 푼돈을 준다면 이 게임은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9. 1만마리의 양 그리기.
양 시장. thesheepmarket.com
1만마리의 양 그리기 프로젝트는 크라우드소싱을 이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사이트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의 직원들이 시험삼아 만든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마우스나 태블릿을 이용해 양을 한 마리 그리면 2센트를 받을 수 있는데 몇가지 규칙이 있다. 머리를 왼쪽으로 하고 있어야 하고 누가 봐도 양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1만마리의 양을 모두 채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40일. 한 시간에 11마리 꼴로 수집됐다는 이야기다. 한 마리 그리는데는 평균 1분45초가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임금을 따져보면 한 시간에 0.69달러 정도다. IP 주소 기준으로 모두 7599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칙에 맞지 않아 탈락된 양도 662마리나 됐다.
1만마리의 모두 다른 양 그림을 모으는데 들어간 비용은 단돈 200달러.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낸 프로젝트는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 1만마리의 양 그림은 UCLA의 뉴와이트 갤러리에 전시돼 있다.
10. 우리 함께 우주 지도 만들어 봅시다.
우주 동물원. galaxyzoo.org
밤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많은 별들의 사진을 놓고 이들의 진화 과정을 연구할 계획이다. 문제는 사진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인건비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미케니컬 터크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은하계는 수십억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 은하계는 모두 모양이 다르고 은하계를 구성하는 별들의 크기나 밝기, 성분, 나이도 모두 제각각이다.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은 은하계를 타원형 은하와 소용돌이형 은하로 나눈 바 있다. 허블 이후 80년이 지나도록 이 분류 방법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타원형 은하와 소용돌이형 은하의 상관관계다. 소용돌이형 은하가 타원형 은하로 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천문학자들은 소용돌이형 은하가 결합해 타원형 은하로 바뀐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반대의 가설도 있다. 가설을 검증하려면 실제로 어떤 은하가 더 많은지 통계적으로 확인해 보면 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슬론 디지털 천문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은하계 사진은 거의 100만장에 이른다. 연구소는 이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타원형인지 소용돌이형인지 말해달라고 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최소 2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주 동물원이라는 사이트를 만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회원에 가입하면 3분 정도 간단한 온라인 교육을 받게 된다. 작업은 매우 간단하다. 그림을 보고 타원형인지 소용돌이형인지 결정하고 소용돌이형이라면 시계방향으로 도는지 반시계방향으로 도는지 한 번 더 결정하면 된다. 지루한 단순작업이지만 참여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작업의 진척속도는 꽤나 빠른 편이다.
2만명이 50장씩만 봐도 100만장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세상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수십만 광년 떨어진 곳의 은하계를 맨 처음 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하찮은 작업이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의미를 부여한다.
비슷한 실험으로 스타더스트호의 캡슐에서 우주 먼지를 찾는 스타더스트@홈 프로젝트가 있다. stardustathome.ssl.berkeley.edu
11. 안 쓰는 기술, 돈 받고 파세요.
옛투닷컴. yet2.com
프록터앤갬블(P&G)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해마다 15억달러 이상을 지출하지만 이 가운데 제품으로 출시되는 비율은 10%도 채 안 된다. 과거에는 이들 연구성과를 그냥 묵혀두곤 했지만 이제는 옛투닷컴을 통해 판매하고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1999년에 미국 메사추세스에서 설립된 옛투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적재산권 마켓플레이스다.
IBM은 2800여명의 기술진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예산만 560억원에 이른다. IBM은 경쟁회사인 델컴퓨터와 EMC, 시스코 등에 기술을 팔아 지난 7년동안 30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술판매는 IBM의 핵심 전략사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개발은 했는데 쓰지 않는 기술이나 공개해도 상관없는 기술을 옛투닷컴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캐논이 프린터 기술을 경쟁회사에 팔고 마쯔시타가 VHS 기술을 VCR 회사에 파는 등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IBM과 애플은 윈텔의 독점에 맞서 핵심 기술을 공유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어떤 기술을 다른 회사에 판매하려면 전적으로 사적인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12개월에서 18개월이 소요됐고 성사될 확률도 낮았다.
옛투닷컴은 "야후처럼 쉽다"는 컨셉을 들고 나왔다. 옛투닷컴의 메뉴는 직관적이고 쉽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한 내용이 나타나면 관련 제품이나 특허를 사들이거나 투자를 제안하는 등의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은 인터넷에서 이뤄진다. 구매나 투자 결정에 이르는 과정도 빠르고 간단하다.
옛투닷컴은 세계 R&D 투자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옛투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리스트의 가치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을 등록하는데 드는 비용은 무료지만 필요한 기술을 검색하는데 필요한 프리미엄 서비스는 2500달러의 회비를 받는다. 거래가 성사되면 10%의 수수료를 받지만 최대 5만달러를 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P&G가 2004년에 출시한 프링글스 프린트다. P&G는 감자칩 위에 글씨나 그림을 집어넣을 계획이었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높은 온도에서 튀기고 나면 잉크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예전 같으면 R&D에 2년 이상이 걸렸겠지만 P&G는 옛투닷컴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마침 볼로냐의 한 대학교수가 비슷한 기술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G는 이 교수와 제휴를 맺었고 프링글스 프린트는 1년도 안돼서 시장에 나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를 R&D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C&D라고 정의했다. Connect & Development. 우리 말로 하면 연결개발 정도의 의미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R&D 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개발을 전적으로 외부업체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웃소싱과도 다르다.
P&G는 2000년까지만 해도 C&D 비중이 전체 R&D 대비 15% 수준이었지만 2002년에는 35%로 늘어났다. 장기적으로는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기업들이 C&D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기술혁신 비용이 급상승하는 데 비해 연구개발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앤지는 C&D 도입을 늘린 덕분에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이 2000년 4.8%에서 2006년 3.4%까지 낮아졌지만 기술혁신의 성공 비율은 오히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동칫솔 크레스트 스핀브러시 등 1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지난 2년간 C&D 방식으로 개발했다.
12. 스팸도 잡고 문서 변환도 하고.
리캡차. recaptcha.net
스팸 게시물을 막기 위해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튜링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튜링 테스트란 글씨를 기묘하게 비틀어 컴퓨터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이를 입력하도록 하는 테스트를 말한다.
이를 캡차(CAPTCHA) 시스템이라고 한다.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의 줄임말이다. 스팸을 막는 자동화된 오토 튜링 테스트라는 말이다. 복잡한 말로는 HIP (Human Interactive Proof), 인적 상호증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리캡차는 이 캡차 시스템을 텍스트 변환에 활용하는 새로운 기법이다. 벤 마우러라는 카네기멜론대학의 학생이 개발한 시스템이다.
리캡차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디지털 문서변환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있는 출간된지 오래된 책들은 텍스트 파일이 남아있지 않거나 애초에 텍스트로 존재한 적이 없다. 이를 텍스트 파일로 변환하려면 스캐너로 이미지를 읽어들여 이를 다시 OCR이라는 광학문자인식기로 변환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인쇄 품질이 좋지 않거나 글씨가 흐릿할 경우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리캡차 시스템은 이를 조각조각 내서 여러 사람에게 맡기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리캡차 시스템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뜬다. 하나는 일반적인 캡차 시스템에서 쓰는 이미지고 다른 하나는 문서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컴퓨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의 조각 이미지다. 인증을 받으려면 두 개의 이미지를 모두 입력해야 한다. 하나의 이미지는 스팸 로봇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다른 하나의 이미지는 문서변환의 데이터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카네기멜론대학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하루 15만시간이 캡차 시스템에 소요된다. 리캡차 시스템이 소개된 뒤 150개 사이트가 이 시스템을 도입했고 하루 6천만개의 단어를 변환하고 있다. 리캡차를 도입하는 사이트가 늘어날수록 변환작업은 더 빨라질 것이다.
13. 모두가 함께 만드는 백과사전, 그러나 최고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wikipedia.org
식상한 느낌이 들지만 웹의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위키피디아를 빼놓을 수 없다. 위키피디아는 너무나도 유명한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창업자는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거. 비영리 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백과사전은 2007년 8월 기준으로 영어판 200만여개, 한국어판 4만2천여개를 비롯하여 합하면 840만여개 페이지가 올라와 있다. 253개 언어판이 있고 그 가운데 236개 언어판이 활동 중이다.
위키는 누구나 쓰고 고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페이지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원본은 백업돼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내용을 검토하고 변경 내용을 최종 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위키피디아는 이 시대 지식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쓰고 고칠 수 있지만 퀄리티는 매우 높은 편이다. "개똥녀"나 "원더걸스", "안습" 같은 항목을 찾아보면 위키피디아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집단 지성의 가장 효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모으면 콘텐츠는 풍부해지고 퀄리티도 높아진다. 일부 위키피디아를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자정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네이버 지식검색이 무단복제와 광고로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면 위키피디아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키피디아가 아니라도 위키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여러 종류의 공개 소프트웨어가 나와 있어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홈페이지에 위키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다. 위키는 게시판이나 블로그와도 다르다. 누구나 쉽게 링크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는 시간 순서대로 묻히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나열된다. 언제라도 링크를 통해 불러올 수 있는 구조가 된다.
14. 독립영화,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한 무리의 천사들. aswarmofangels.com
'한 무리의 천사들'은 오픈 소스 영화를 만드는 영국 사이트다. 스웜(swarm)은 곤충 등의 무리를 말한다. 'a swarm of angels'는 한 무리의 천사들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 사이트에서는 한 사람 앞에 50달러씩, 모두 5만명의 투자자를 모아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펀딩 목표는 250만달러다. 한 회사의 주식을 사면 그 회사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영화에 투자하면 시나리오와 캐스팅, 촬영, 편집 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만든 사이트다. 50달러만 내면 누구나 이 영화의 주주가 될 수 있다.
벌써 1만명 이상의 투자자가 모였고 2개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시나리오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고칠 수 있고 결말 역시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회원들은 주주면서 동시에 영화의 1차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장성을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한 무리의 천사들은 시장성보다는 작품성을 추구한다.
사이트 운영자인 매트 핸슨은 "헐리우드에서 만드는 시나리오 역시 수없이 뜯어고쳐가면서 만들지만 끔찍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헐리우드와 다른 점이라면 투자자들이 모두 영화광이고 상업성보다는 작품성을 우선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성된 영화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 되고 누구나 내려 받아 자유롭게 편집하고 CCL에 따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5. 운동화, 어디 네 맘대로 디자인 해봐.
나이키 아이디. nikeid.nike.com
내 맘에 딱 맞는 운동화를 살 수는 없을까. 나이키 아이디는 주문형 운동화 제작 서비스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디자인은 물론이고 밑창과 신발 끈, 로고 색깔까지 하나하나 완벽하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화면에서 전후좌우로 뒤집어 보면서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고 발목 부분에 이름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
같은 운동화라도 수백수천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든 운동화는 세상에 단 한 켤레밖에 없는 특별한 운동화가 된다. 가격은 매장과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없다. 나이키프리5.0은 100달러, 에어줌RS+iD는 120달러, 에어맥스360IIiD는 170달러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미국 기준으로 25일 정도다.
16. 1픽셀에 1달러씩 광고 받습니다.
백만달러 홈페이지. milliondollarhomepage.com
1픽셀을 1달러에 팔아 100만개의 픽셀에 100만달러를 벌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이트. 알렉스 튜라는 영국의 대학생이 만들었다. 보통 모니터 화면이 1024×768픽셀이라면 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78만6432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50 크기 배너광고 하나에 1만달러, 우리 돈으로 800만원이 넘는 셈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꽤나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페이지뷰가 충분하고 유효 클릭만 나온다면 비용을 들일 이유가 충분하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100만픽셀을 모두 팔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지막 남았다는 1천픽셀을 이베이에 경매로 내놓았는데 3만81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백만달러 홈페이지의 성공 이래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긴 했지만 모두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17. 모든 게 궁금해 죽겠다는 당신에게.
하우스터프웍스. howstuffworks.com
에어컨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블루투스는 또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아파트는 어떻게 짓는 것일까. 사랑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하우스터프웍스는 이처럼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일반적인 주제들에 집중한다. How stuff works. 말 그대로 사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설명해주는 사이트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도 많다. 헬리콥터는 어떻게 옆으로 날 수 있을까. 왜 초콜릿과 카페인은 중독이 될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차가 멈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송 버튼을 누른 다음 전자 메일 메시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GPS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일까. 잠수함은 어떻게 바다 속을 항해하는 것일까. 등등.
하우스터프웍스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알기 쉬운 그림이 많고 설명이 쉽고 정확하다는 것. 마샬 브레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교수가 1998년에 취미로 만든 이 사이트는 이제 어엿한 상업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이 사이트는 올해 10월, 디스커버리채널에 무려 2억5천만달러에 팔려나가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 사이트의 수익모델은 출판이다. 질문은 주로 구글 등의 웹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주제로 정한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해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을 동원,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출판해서 돈을 번다는 이야기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이 사이트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에도 출판돼 있다.
18. 인디밴드를 돕는 음악 판매 사이트.
굿스톰. goodstorm.com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하는 건 꽤나 많은 비용과 수고를 필요로 하지만 굿스톰에서 제공하는 소스코드를 가져다 심으면 한 시간 만에 쇼핑몰을 만들 수도 있다. 쇼핑몰 API를 공개하는 곳은 굳이 굿스톰이 아니라도 많지만 굿스톰의 이익배분구조는 독특하다. 애초에 영리목적이라기 보다는 자선활동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굿스톰에는 270만개의 음악파일이 올라있다. 대부분 인디 밴드의 음악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라도 이 사이트에 올라있는 음악파일을 가져다가 팔 수 있다. 듣는 건 공짜지만 다운로드할 때는 돈을 내야 한다. 파일 하나의 가격은 99센트. 이 가운데 65센트는 저작권자에게 가고 당신은 5센트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나머지 29센트는 굿스톰의 몫이다.
이를테면 당신의 홈페이지에 굿스톰의 API를 심고 당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팔 수 있다. 인디밴드 입장에서는 홍보도 되고 판매도 되고, 당신 역시 방문자들에게 음악도 들려주고 수수료 수입도 얻고. 굿스톰 입장에서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알아서 판매를 해주니 가만 앉아서 이익을 챙기게 된다.
굿스톰의 캐치프레이즈는 '올바른 자본주의의 실천(Capitalism Done Right)'이다. 창업자인 요비 벤자민과 앤디 라파포트는 수익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그 많지 않은 수익 가운데 일부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19. 디카로 찍은 사진 돈 받고 팔아보자.
아이스톡포토. istockphoto.com
병원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환자들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자. 인터넷을 뒤져보면 사진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많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한 장에 보통 500달러 이상, 아무리 싸게 해도 100달러가 넘었다.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이니 그 정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쓸 사진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도 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을 쓸 수도 없고 따로 사진작가를 고용할 형편도 아니다.
아이스톡포토는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을 사고 팔 수 있는 사이트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진을 공유하는 사이트로 출발했는데 사진을 상업적으로 쓰려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마켓플레이스로 개편했다. 사진을 올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푼돈이라도 수입이 생기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제 누구나 자신의 저작권을 쉽게 팔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중요한 것은 퀄리티지 지명도나 경력이 아니다.
사진 가격은 한 장에 1달러에서 비싸봐야 15달러를 넘지 않는다. 가격은 사진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홈페이지에 들어갈 정도의 사진이면 1달러면 충분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무단복제의 유혹을 느끼지 않고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합법적으로 사진을 활용하려는 수요도 생겨나게 된다.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이지만 전문가 못지않게 훌륭한 사진도 많다. 사진 뿐만 아니라 비디오나 플래시 파일도 사고 팔 수 있다.
아이스톡포토는 지난해 2월 세계 최대의 이미지 판매회사인 게티스이미지에 5천만달러에 팔렸다. 조나단 클라인 게티스이미지 CEO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당신 사업을 망칠려고 한다면 그 회사를 사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스톡포토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회원이 2만2천명, 보유하고 있는 이미지가 1천만장이 넘었다. 모회사인 게티스이미지보다 훨씬 큰 규모다.
게티스이미지를 비롯해 사진 판매 사이트들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스톡포토로 옮겨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진 저작권 판매 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존의 사진작가들도 가격 인하 압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누구나 디지털카메라를 소유하고 있고 전문가들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는 이른바 프로추어들도 늘어났다. 프로패셔널의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를 일컫는 말이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마크 하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2000년에 100장의 사진을 팔아 6만8천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런데 지난해 아이스톡포토에 1천장의 사진을 올린 뒤에는 5만9천달러를 벌어들였다. 한때 500달러를 받았던 사진을 이곳에서 1달러를 받고 팔고 있다. 수요가 훨씬 많기는 하지만 결국 일은 더 많이 하고 돈은 조금 더 적게 버는 셈이다."
20. 세계 최대의 온라인 벼룩시장.
크레이그스리스트. craigslist.org
위키 방식으로 만든 온라인 벼룩시장이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당신이 위치한 지역의 서브 페이지가 뜬다. 이를테면 서울이라면 seoul.craislist.org, 하와이라면 honolulu.craigslist.org가 뜨는 방식이다. 구인구직 광고나 부동산 매매정보, 중고물품 목록 등을 올리거나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항목을 등록하는 것이 무료다. 심지어 로그인을 할 필요도 없다.
비영리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세계 12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연간 매출이 1천만달러에 이른다. 창업자인 크레이그 뉴마크는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안에 들기도 했다. 100% 텍스트로만 구성된 썰렁한 사이트지만 월 방문자가 1천만명, 구인구직 건수 50만건을 비롯해 게시물 건수도 월 1천만건 이상이다. 헤어진 친구나 애인을 찾아주는 게시판도 있다. 최근에는 성매매 정보들이 올라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21. 누구나 셔츠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카페프레스. cafepress.com
무늬없는 흰 셔츠에 그림이나 문구를 집어넣는 맞춤형 티셔츠는 이미 보편화됐지만 카페프레스에서는 이처럼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쇼핑몰에 올려놓고 팔 수 있도록 한다. 티셔츠뿐만 아니다. 모자와 손수건, 명함지갑, 머그컵, 컵받침, 벽시계, 마우스패드 등등 취향에 따라 디자인할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디자인 작업도 매우 간단해서 상품을 고르고 미리 준비한 그림이나 문구를 업로드하면 끝이다. 80만개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고 준비된 상품도 3만6천개에 이른다. 자기가 직접 디자인할 수도 있지만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정치적인 문구를 집어넣은 티셔츠가 특히 인기다.
22. 디바이스 마니아들 모여라.
크라우드스피릿. crowdspirit.com
캠브리안 하우스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커뮤니티라면 크라우드스피릿은 전자제품이 주제다. CD플레이어나 조이스틱, 웹카메라 등 150유로 이하의 저가 전자제품이 대부분이다. 회원들은 아이디어 제안에서 시작해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전반에 참여하고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제품은 상업화 단계에 들어간다.
펀딩을 받아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면 회원들이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제조업체에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엘빈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직접 제품이 출시되면 이들이 1차 소비자가 된다.
회원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없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23. 싸이월드 음악, 공짜로 훔쳐 듣는다.
온뮤즈. onmuz.com
음악파일 불법복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온뮤즈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있는 배경음악을 찾아서 들려준다. 원더걸스의 텔미가 듣고 싶다면 이 노래를 올려놓은 미니홈피를 찾아가면 된다. 문제는 누구의 미니홈피에 무슨 음악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그 번거로운 일을 대신해준다.
단순히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앨범을 설정해 두면 자주 듣는 장르나 가수 등 목록을 저장해두고 언제라도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 음악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필요도 없다. 웹 브라우저가 내장돼 있어 실제로는 미니홈피를 방문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회원가입도 필요없고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물론 무료다.
온뮤즈는 디지털 음악을 유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다른 누군가가 구입해서 공개한 디지털 음악을 훔쳐듣는 셈인데 완벽하게 합법이다. 찾아보면 이처럼 합법적으로 공개돼 있는 음원은 얼마든지 있다. 언제든지 필요한 파일을 찾을 수 있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파일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굳이 소유할 이유도 없다.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가능하고 끊기지 않을만큼 속도가 빠르기만 하면 된다.
24. 불행에 빠진 이웃을 돕는 놀라운 열정.
카트리나리스트. katrinalist.net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언즈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1836명, 재산 피해가 800억달러에 이르는 끔찍한 참사였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정작 정보가 너무 많아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분류되지 않는 데이터는 가치가 없고 효용도 없다. 데이터의 체계적인 분류가 시급했다는 이야기다.
카트리나리스트는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지옥 같은 참사 현장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줬던 사이트다.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관련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를테면 이름은 이름대로 성별이나 주소, 전화번호 등은 모두 각각 따로 항목을 정해 분류하고 축적할 필요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뉴스를 뒤지고 게시판을 검색해 관련 정보들을 옮겨오기 시작했고 이를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에 하나씩 입력했다. 일주일만에 무려 8만8천건의 데이터가 쌓였고 최종적으로 65만건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분명한 것은 만약 정부가 비슷한 사이트를 만들었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거라는 사실이다. 카트리나리스트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으로 이를 한달만에 완성했다.
25. 오염물질 배출 기업들, 꼼짝 마라.
스코어카드. scorecard.org
스코어카드는 채점표라는 의미다. 이 사이트는 환경오염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오염물질 배출기업에 대한 정보를 준다. 간단히 우편번호만 집어넣으면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이사 갈 동네의 오염 정도를 확인할 수도 있고 각각의 오염물질의 분포 추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지역별로 환경지표를 상대 비교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도 있다.
스코어카드는 오염물질의 제조와 판매, 유통과정 전반에 걸쳐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부기관의 환경관련 데이터도 모두 포함된다. 이들 데이터는 사이트 안에서 확인할 수 있고 모두 원본 링크가 제공된다. 이 사이트 안에는 이들 데이터를 분석한 10억개가 넘는 동적 페이지들이 존재하는데 이 페이지들은 관련 데이터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자동으로 수정된다.
스코어카드는 특히 지역 환경운동단체들에게 유용하다. 이들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들과 맞서 싸울 수 있다. 각각의 오염물질의 배출 정도를 감시하면서 해당 기업에게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오염정도가 심각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환경운동이 된다는 이야기다.
26.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기술을 나누자.
테크수프. techsoup.org
테크수프는 다 같이 떠먹는 '기술 수프'라는 뜻이다. 물고기를 나눠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기술을 나누는 곳이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문서를 작성하고 관련 지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기술 지원 또는 기부를 하거나 특허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존을 모색하는 기술을 고민하는 곳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광범위한 활동이 모두 비영리적 동기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곳은 커뮤니티처럼 보이지만 사회운동단체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기술의 공공적 활용을 둘러싸고 진보적인 고민들이 이뤄진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어떻게 웹에 접근할 수 있는가, 또는 웹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가 등등의 아이디어들이 오고 간다.
27. 우리 지역 범죄 정보 찾아보자.
시카고 크라임. chicagocrime.org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그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의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사건을 클릭하면 구글 지도에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다.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지역별로, 범죄 유형별로 검색을 할 수 있다. 지역도 세분화 돼 있어 블록별로, 도로별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거리에서 일어난 범죄, 식료품 가게에서 일어난 범죄, 주차장에서 일어난 범죄 등을 따로 검색할 수도 있다.
시카고 크라임은 시카고 지역의 모든 범죄 목록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고 이를 누구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시카고 경찰청은 자체적으로 최근 범죄 현황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는 하루에 한번씩 경찰청 사이트를 긁어서 데이터를 갱신한다. 이른바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이다. 공식 제휴를 맺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날 그날의 데이터가 바로 업데이트 되는 게 아니라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난다.
다만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는 90일이 지나면 데이터가 사라지지만 시카고 크라임은 데이터를 계속 축적한다. 경찰청 사이트는 최근에 일어남 범죄를 공개하고 이를 활용해 범인을 잡는데 목적이 있지만 시카고 크라임에서는 범죄의 역사와 유형, 범죄 빈발 지역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90일이 지난 범죄는 업데이트 되지 않기 때문에 시카고 크라임에서는 범인이 잡혔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언론인 출신의 애드리언 홀로버티. 이 사이트는 100% 기부로 운영된다. 시카고 크라임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 90일이 지나면 폐기되는 데이터지만 이를 모으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범죄를 예방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의 데이터 수집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28. 마우스로 황금 캐러 가자.
골드코프 챌린지. goldcorpchallenge.com
금광개발회사인 골드코프는 새로운 광산을 찾는데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기로 했다. 57만5천달러의 상금을 걸었고 2천만㎡, 400MB에 이르는 지질 정보를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지질학자를 비롯해 수학자와 물리학자, 군대 장교까지 1천명 이상이 이 온라인 골드러쉬에 몰려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최종적으로 110개의 후보지를 찾아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골드코프가 눈여겨 보지 않던 곳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후보지 가운데 80%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새로발굴한 금광의 규모는 220톤, 당초 계획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골드코프 챌린지 이전 연간 1억달러였던 매출이 순식간에 90억달러로 불어났다.
골드코프는 핵심 자산인 지질 정보를 공개했지만 내놓은 것 이상의 성과를 얻게 됐다.
29. 길 잃은 개와 고양이 주인 찾아주기.
아시라. research.microsoft.com/asirra/
스팸 로봇을 걸러내기 위한 캡차 시스템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아시라는 캡차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길 잃은 개와 고양이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캡차 시스템이 흘려 쓴 글자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스팸 로봇을 걸러낸다면 아시라는 사진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걸러낸다.
10장의 사진이 나타나고 마우스를 갖다 대면 확대된 사진이 뜬다. 이 10장의 사진 가운데 고양이의 사진을 모두 골라내는 테스트다. 만약 하나라도 잘못 맞추면 승인이 되지 않는다. 아시라(ASIRRA)는 '승인 제한을 위한 동물 이미지(Animal Species Image Recognition for Restricting Access)'의 줄임말이다.
이 동물들 사진은 버려진 동물을 관리하는 팻파인더(petfinder.com)에서 제공한다. 마우스를 갖다 내면 "나를 입양해 주세요(Adopt Me)"라는 문구가 뜨는데 이 링크를 클릭하면 팻파인더로 옮겨가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서비스로 누구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져다 심을 수 있다. 물론 무료다.
비슷한 사이트로 핫캡차(hotcaptcha.com)라는 사이트도 있다. 고양이나 개 대신에 9명의 사람 얼굴이 뜨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사람 셋을 골라내는 테스트다. 매력적이라는 건 다분히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남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관건이다. 맞으면 "Correct! You must be human.(맞았습니다. 당신은 사람이군요)"라는 메시지가, 틀리면 "Wrong! Die, bot, die(틀렸어. 이 망할 놈의 로봇, 죽어버려!"라는 메시지가 뜬다.
30. 마음대로 뜯어고쳐 슈퍼 로봇 만들기.
레고 마인드스톰. mindstorms.lego.com
레고 마인드스톰은 애들 장난감 이상이다. 블록을 짜맞춰 조립하는 건 다른 레고 장난감과 같지만 자체적으로 운영체제를 내장하고 있어 이를 통해 모터와 센서를 구동할 수 있다. 직접 프로그램을 코딩해 움직임을 제어할 수도 있다. 걸어다니는 로봇을 만들 수도 있고 집게가 달린 기어다니는 바닷가재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인드스톰은 덴마크의 레고 그룹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공동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RCX라는 8비트 CPU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맡고 빛이 소리 등을 감지하는 센서와 서보 모터 등을 이용해 눈과 귀, 손, 다리 등을 조립한다. 여기에 직접 프로그램을 코딩해 집어넣으면 이 로봇을 마음 먹은 대로 구동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래밍도 간단해서 여러 아이콘을 순서대로 끌어다 놓기만 해면 된다.
로보랩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실제로 화성 무인탐사 로봇에 사용된 랩뷰라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PC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C와 비슷한 NQC라는 언어를 이용하면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조작할 수 있다. 사용자의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을 작성하도록 단계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레고를 오픈 소스 하드웨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레고 블록은 2천종이 넘는다. 규격화된 블록을 짜 맞추는 것만으로 마음먹은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레고가 처음 마인드스톰을 출시했을 때 사람들은 이 신기한 장난감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 해커들이 메인 프로그램을 뜯어고치기 시작했고 레고는 한때 소송까지 검토했지만 결국 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펌웨어를 업그레이드 하고 이제는 오히려 이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직접 센서를 만들기도 하고 리눅스를 활용해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기도 하고 레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게 넓어졌다. 레고는 해킹할 권리를 사용 계약서에 공식 추가했다.
31. 참여를 끌어내라.
무브온 moveon.org
웹의 진화는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사회 변혁에도 활용될 수 있다. 웹이 현실을 변혁하는 단계에 이르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참여 지향적인 사례는 무브온에서 찾을 수 있다. 웹 2.0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제출됐을 때다.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이 나섰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던 조안 블레이즈와 그의 남편 웨스 보이드가 낸 한줄짜리 청원서가 발단이 됐다. "Censure President Clinton and Move On to Pressing Issues Facing the Nation." 국민들은 섹스 스캔들에 관심 없으니 이제 그만 두라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온라인 청원에 서명을 하기 시작해 열흘 만에 10만명까지 불어났다. 사람들은 "행동하자(Move on)"는 구호를 내걸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회에 25만통의 항의전화를 걸었고 100만개의 이메일을 보냈다. 정치권은 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겁을 집어먹었고 사람들은 작은 참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게 됐다.
클린턴 탄핵 사건이 종결된 뒤에도 이 단체는 활동을 계속했다. 2000년 의회 선거 때는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탄핵을 지지했던 현직 의원들을 심판하겠다는 이들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5일 만에 25만달러의 선거운동 자금이 모였고 무브온은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석달 동안 1300만달러가 모였고 자원봉사 서약은 70만 시간에 이르렀다.
거대 자본과 거대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는 선거 국면에서 시민들이 직접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현상이었다. 웹의 진화는 직접 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나마 부화시켰다. 무브원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단체로 부상했다. 회원은 300만명을 넘어섰고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는 무려 2300만달러를 이 단체에 기부했다.
무브온은 정치뿐만 아니라 반전, 환경, 언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 사망자가 1천명을 넘었을 때는 1천개 촛불을 켜는 추도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무브온은 이제 반전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에는 '30초 안에 부시 표현하기'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영화 '화씨 911'을 제작한 마이클 무어가 심사위원을 맡았고 당선된 작품은 TV광고로도 방영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전화파티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무브온 사이트에 접속해 주소를 입력하면 자신이 사는 집 근처에서 열리는 파티의 주소와 시간이 표시된다. 파티에서는 피자를 먹으면서 정치 토론을 벌인다. 대부분은 공화당의 지배를 끝장내자는 게 토론 주제다. 무브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무브온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안겨줬다. 무브온은 정치에 둔감한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행동으로 이끌었다. 블레이즈는 말한다. "우리는 89달러95센트(웹사이트 개설비용)로 1억명과 동시에 교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든 순간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반짝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