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래된 친구에 대한 이야기

모지사바하 2020. 4. 28. 18:10

고등학교 때 잠깐 방황하던 시절, 가출을 몇번 했었는데 그 당시 친했던 친구들이 3명 있었다.

한번 가출하면 1-2달씩 집에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그 때 같이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하고, 주유소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는 손님의 돈을 삥땅치다 걸려서 잘린적도 있었다.

돈이 없을때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도망가거나 피씨방에서 밤새워 게임하고 도망을 가기도 했다. 아파트 옥상에서 한층씩 내려오며 우유함에 들어있는 우유, 요구르트,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 등을 몰래 훔쳐먹기도 했다.(지금 이 글을 빌어 그 당시 피해를 드렸던 분께 사과 드리고 싶다)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20살 즈음 나는 방황을 멈추고 군 입대를 했고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에 군대에 가지 않았고, 계속해서 방황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멀어져갔다.

23살에 군제대를 하고 1년정도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Java 프로그래밍 수업 국비지원 과정을 등록했다.

이 길 아니면 안된다는 굳은 마음으로 학원에서. 집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국비지원 수업 3개월만에 조기취업을 했다.

개발자 신입으로 근무를 하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방황하던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계속 방황중이였다.

이 친구가 잘데가 없다고 해서 그 당시 살던 하숙집에 이 친구를 데려와서는 재워주고, 매일 출근전 담배값, 밥값으로 만원씩 줬다.

일주일 쯤 지내던 친구가 어느날 갈데가 생겨서 이만 가보겠다고 해서 보내줬는데

그 주 주말, 잠깐 부모님 댁에 간 사이 DSLR 카메라, 저금통등 재산이 될만한것들을 도둑맞았다. 

물적증거는 없었지만 심적으로는 그 친구가 거의 확실했다. 씁쓸하면서 불쌍한 마음이 들더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겨우 그 정도 대가를 지불하고 그런 질 안좋은 친구(?)를 떨쳐버렸으니까 말이다.

그 후로 그 친구와는 다시한번 연락이 닿아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극구 부인하여서 알았다고 대답은 하였지만 내 마음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고, 자연스레 멀어져서 연락이 끊기게됐다.

 

지금 그 친구는 뭘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 ? 

혹시 그때 내 하숙방을 털어간 도둑이 정말 그 친구가 아닌건 아니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