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나는 프로그래머인데 개발이 지루하다.
전문가로써의 삶에 약간의 환멸을 느낀다.
왜 환멸을 느끼느냐?
왜냐하면 내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시간을 팔아서 몇푼의 돈을 받아서 한달을 겨우 살아가고 있다.
내가 개발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예전에는 열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싸워가며 치열하게 개발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은.. 내가 왜?? 내가 왜 그래야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회사 나가면 나랑은 1도 관련없는 서비스.. 내 서비스가 아닌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하지?
그리고 하루 하루 속절없이 지날때마다 조바심이 든다.. 지금 내나이 38살. 40살 되기전까지 뭐라도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속절없이 흐르다가 어느덧 40이 되면,, 나는 그냥 평생 한달벌어 한달 겨우 먹고 사는 그런 인생이 되지 않을까.
우리 큰딸이 9살. 작은딸이 7살. 빚이 1억.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것도 많고, 앞으로 들어갈 돈도 많아질텐데.. 이대로 쭉 가면 뭘 해주는건 고사하고, 빚만 1억 남겨주게 생겼다.
나름 내 전문분야 공부 열심히 했다.. 그래서 한달벌어 한달 먹고 살게 됐다....
??
이게 뭐지.. 열심히 노력해서 한달벌어 한달 먹고 사는 능력을 얻다니.. 열심히 노력했는데 한달벌어 한달 먹고 사는거다.
왜냐하면 내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내 한달 팔아서 한달 먹고 살 돈을 버는거다.
이렇게 하루. 한달. 일년.. 회사에 묵묵히 다니는건 현실에 안주하는거다.
평생 일만 했다고? 고생했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사람은 그냥 변화없이 하루하루 아무 생각없이 회사다니고, 아무 생각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일 하면서 아무런 변화도 모색하지 않은 현실에 안주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bull shit.
난 이런 삶이 지금 너무 싫다.
어떻게해서든 뭔가 변화해야한다.
그렇지않으면 평생을 회사에 얽매여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몇푼 돈에 팔고 말꺼다.
이대로 40까지 안주하면 안된다. 뭐라도 해야한다.
전문분야 공부 열심히 해서 뿌듯해?? 그것도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 현실에 안주하는거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가 하기 쉬운 공부. 익숙한 공부. 편한 공부. 회사에서 나를 더 편하게 해줄 공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이라는 것. 두 어깨가 정말 무겁다. 뭔가 시도하기가 겁난다.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형편에 뭔가 새로운걸 시도하는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해야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주 4-5회 정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때 몸무게가 77kg 지금 몸무게 67kg 살도 많이 빠졌고 근육도 많이 생겼다.
사진을 보면 정말 다른 사람 몸이라고 할 정도로 변했다. 집에 랙을 놓고 바벨, 덤벨도 사서 매일매일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는 와이프가 많이 힘들었을거다.
큰딸 초등학교. 작은딸 어린이집 모두 휴교해서 하루종일 아이들 데리고있은지가 벌써 4달?? 쯤 된것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콕만 하고 있다.
9살, 7살 애들을 데리고 4달간 집콕하는건 보통 힘든일이 아니였을텐데.. 만약 나였다면 반쯤 미쳐서 애들 엄청 혼내고, 배우자한테도 히스테리 엄청 부렸을거다. 틀림없이..
우리 와이프는 힘들다힘들다하면서도 애들이랑도 잘놀아주고, 나한테도 잘했다.. 너무 고맙다.진짜 많이 힘들었을텐데..
코로나로 1달 보름가까이 재택근무를 했다. 재택을 해보니 나의 하루가 얼마나 길고, 생산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잠도 푹자고, 일도 회사에서 하는것보다 많이 하고도, 애들이랑도 훨씬 많이 놀아주고도, 운동도 더 많이 하고도, 티브이도 보고도 시간이 남았다.
회사 출근해서 일을 해보니, 나의 하루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속절없이 흘러가는지 느꼈다.
몸매가 좋아져서 옷빨이 잘받는다.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이뻐보인다. 피스워커 청바지. 맨투맨 티셔츠 위주로 많이 샀다.
뭘 해야할까.. 내가 뭘 시도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고민만 엄청 하고 스트레스 엄청 받다가 기진맥진해서 결국 유튜브를 보는걸로 고민은 끝난다... 젠장
내가 잘하는게 서버개발 이니 나도 뭔가를 개발해서 성공해보자..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무슨 서비스를 만들어볼까.. 하면서.. 진짜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 실천한건 거의 없지만.
근데 최근에 그런 생각을 버렸다. 개발과 서비스를 완전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나혼자 개발해서 서비스를 만들어서 성공시키는건 불가능하다 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요즘 말할때 발음이 잘안되며, 말을 많이 버벅인다. 특정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 경우가 많고 말을 조리있게 못하겠다.
말이 횡설수설 하며 목소리가 크다. 왜그러지..? 스트레스 때문인가.
프로그래밍 공부를 손놨다. 회사생활. 전문직에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부할 맘이 전혀 없어져버렸다.
시시하다...
우리 와이프, 큰딸, 작은딸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게임은 요즘 안한다.
참.. 마음이 무거우니, 게임을 해도 '내가 지금 이런거 하고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을 짓눌러서 게임을 잘 즐기지 못한다.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여전히 시청중. 지금 하고 있는 ASL 은 이재호와 김명운이 결승에 진출했다.
담배(히츠)를 하루 한갑 정도 핀다.
술은 일주일에 한번정도 먹는다. 살빼기전에는 거의 하루도 안쉬고 저녁에 술을 먹었는데, 이게 과거 비만의 원인인것 같다.
지금은 술 안먹고 일반식 적당히. 운동 꾸준히. 군것질 안하고 제로콜라를 먹고 있다. 몸무게는 67-68 왔다갔다.
어제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내가 지적 허영심이 좀 큰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것저것 자꾸 뭘 알려고 하고 - 역사, 물리, 과학, 음식의 기원 등 - 조금씩 배우려고 했다.
그리고 남들앞에서 좀 아는척 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남들과 이야기할때 어쩌다 내가 어설프게 공부했던 분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야기를 슬슬 꺼내곤 하는데
또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어설프고 기억도 잘 안난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그냥 어설프기 때문이다.
그러고나면 또 한번 찾아보고..
원래는 이게 그냥 순수한 나의 학문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생각했고, 나쁠거 없지.. 라고 생각 했다.
뭔가를 알려고 하고 공부하는게 나쁠게 뭐가 있겠나.. 좋은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문득 그런생각을 했다.
내가 지적허영심이 있고 이런 지적허영심을 채울려고 이것저것 조금씩 보는게, 내 삶을 방해하고 있는게 아닌가...
순수하게 따진다면 나에게 1도 도움이 안되는 지식들을 나의 지적허영심을 채울려고 찔끔찔끔 보는게 결국 내가 진짜 중요한 생각이나 일을 하는것을 방해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
outstanding 을 한달 결제해봤다. 수준높은 기사를 보면 뭔가 인사이트가 넓어지지 않을까..
아..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의 지적허영심이 작용을 한건가??
결제하면서 이런생각을 했다. '아 이런 기사 읽으면 남이랑 얘기할때 좀 있어보이는 얘기를 할 수 있겠네..'
오늘은 여기까지..
앞으로 글은 자주 쓰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