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조선조 세종때 경상북도 청송에 ‘안탁갑’ 이라는 노처녀가 있었습니다.
임금님에게만 시집을 가겠노라 고집을 부리던 '안탁갑' 은 드디어 세종의 빈이 되었는데, 그는 세종의 한글 창제와 김종서 장군의 육진 개척에 크나큰 공을 세웠습니다.
너무도 안탁갑이에게 빠져 있는 임금을 걱정한 신하들은 그를 청파동으로 물리쳤습니다.
그런데 임금의 행차 소식을 들은 '안탁갑'이는 행차의 길목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온 미음을 올렸습니다.
세종은 이 미음을 단숨에 마셨는데 그 때 두 사람의 괴로움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몹시 괴로운 일을 나타낼 때 '세종과 안탁갑이의 사이 같다' 란 표현을 쓰는데, 이 애절한 사연에서 '안타깝다' 란 말이 생겼습니다.
슬픈 사랑이야기지요.
세종 임금과 안탁갑이의 이야기에서 '안타깝다' 의 어원을 찾은 것은 민간 어원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다' 의 어원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이는 귀양지인 영월까지 단종을 모셨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청령포의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자기의 심회를 읊은 시조입니다.
이 시조에 나오는 '안' 은 '마음' 이란 뜻입니다.
이처럼 '안' 이 '마음' 의 뜻으로 쓰이는 말에 '애가 타고 마음이 갑갑하다' 란 '안쓰럽다' 가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사전에는 '안슬프다' 로 실리기도 했는데, 현 「표준어 규정」에서는 '안쓰럽다' 를 표준어로 정하였습니다.
이는 '안슬프다' 의 '안' 을 '아니' 로 생각하여, 뜻도 그 정반대인 '아니 슬프다' 로 여기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
'안타깝다' 의 '안' 역시 '마음' 이란 뜻으로, 이 말은 '안'에 '답답하다' 의 옛말인 '답깝다' 가 붙은 '안답깝다' 가 변한 것입니다.